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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복지교회 (중앙일보) 2019-1-4

[커뮤니티 포럼]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복지교회


조원태 / 이민자보호교회 대책위원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1/04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1/03 21:12


김묘순 할머니가 지난달 18년간 기다려온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열쇠를 받고 있다.

김묘순 할머니가 지난달 18년간 기다려온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열쇠를 받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았다. 소년시절을 고아원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복지시설에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고아원은 늘 보급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 일쑤였고 고아원 원생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력에 시달렸으며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복지의 위력 대신에 복지의 폐해에 먼저 눈을 떴던 소년시절 경험이 있다. 복지(welfare)는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데, 과연 복지가 가능할 수 있을까? 내 안의 물음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나를 양육한 고마운 사회적 보모이다. 영국 유학 시절에 자녀들을 출산할 때도 영국 사회복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유학을 하며 청소부로 일하던 가난한 시절, 나는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아이도 열심히 만들어 4명의 아들을 두었다. 뒤돌아보면, 사회복지는 나를 지켜준 고마운 울타리였고, 난 다국적 사회복지의 수혜자인 셈이다. 이렇게 복지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치고 나는 복지에 대한 공부가 일천한 편이다. 

사회복지는 고마운 울타리 
보편적·선별적 제도의 차이


다만 나의 다국적 복지 경험 덕택에 주관적인 비교가 가능할 듯 하다. 2차대전 직후부터 복지담론의 가장 세계적인 논쟁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차이에 있을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국민을 국가가 책임을 진다. 베버리지 보고서 채택을 한 영국이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국가이다. 영국 병원은 노숙자도 정기검진을 받을 정도로 문턱이 낮지만, 내 차례를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웃지 못할 말이 상식이 될 정도이다. 

반면에 미국은 선별적 복지의 대표적인 국가이다. 쉽게 말하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사람에게만 복지의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징수된 세금의 효과적인 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고도의 행정력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 병원은 저소득층에게는 천사이지만, 애매한 중산층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선별적 복지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현대사회에서 복지는 언제나 내 손 곁에 와 있다. 

이민자보호교회(이보교)가 닻을 올렸던 2017년 3월 무렵이었다. 안 걸어본 길을 걷는 통에 제법 분주한 티를 내며 매주 이보교 TF 모임을 하던 시기였다. 그때 처음 만난 분이 시민참여센터 김동찬 대표였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교회 목회를 하던 사람인지라 시민활동가와 친근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김동찬 대표는 이보교 TF 모임을 마칠 때마다 몇 달 동안 같은 말을 내게 반복했다. "교회가 동포사회의 복지를 책임져야 합니다."

소수계 이민자 사각지대에 
동포들 '비빌 언덕' 부족해


교회가 서류미비자들과 함께 하며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드리머 곁에 서 주는 것도 난해한데 교회가 복지를 어떻게 책임지나 생각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시절이다. 이렇게 한 사람이 끈질기게 이야기했던 것이 시초가 되어 이름도 생소한 복지교회가 시작되었다. 복지국가, 복지사회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복지교회라는 말은 생경하다. 성경에는 출애굽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꿈에 그리던 약속의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였다. 가나안 복지의 새 사회기틀을 확립하기 위한 하나님께서 주신 헌법(출 20~24장)은 보편적 복지의 성격이면서 동시에 고아, 과부, 나그네라는 특별한 복지대상을 강조한 선별적 복지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인사회에서 안타까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소수인종의 이민자는 복지시혜의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매우 빈번하다는 것이다. 둘째, 유대교 회당처럼 한인사회에서는 동포들의 비빌 언덕이 되는 구심점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회당(synagogue)은 바벨론 포로기간(BC606-536)에 생겨났다. 고국에서 쫓겨나 흩어진 이스라엘 이민자들에게 회당은 사랑방이었다. 회당은 예배장소, 학교, 복지를 비롯해 동포사회의 복합적인 피난처였다.

2500년이 지난 뉴욕에서도 회당은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 신비로울 따름이다. 여전히 유대인들은 회당을 중심으로 자국 동포의 복지를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회당의 공적 재산에 대한 합의가 이런 힘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겠지만, 그들은 주인을 못 찾은 법적인 눈먼 돈을 회당을 통해서 유대인 동포사회에 유통시키는 탁월한 정치력을 보인다. 한인사회 안에서 교회도 결코 회당에 뒤지지 않은 봉사열정과 풍부한 인프라를 갖췄다. 

복음 전파·사랑 실천이 목표 
교회들 선한 연대 필요 절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회당의 가치를 한인교회가 비등하게 갖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교회는 복음 전파와 사랑 실천이라는 합의된 공동목표도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회가 한인 지역사회를 책임지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나름 최선을 다해 하고 있음에도 이런 박한 평가를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중요한 원인은 '개교회주의'였다. 내 교회만 아름다운 일을 하면 된다는 의식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도 더욱 떳떳하고, 어쩔 수 없이 앞 자리에 설지라도 질투심을 유발시키지 않을 수 있는 선한 연대가 교회에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교회는 이 일을 가장 잘해 낼 수 있는 곳이다. 예수의 확실한 모델이 세월이 가도 퇴색되지 않은 채 유산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당하는 서류미비자들뿐 아니라 모든 한인 이민자들을 교회가 책임지려는 유별난 발상 자체가 사실은 교회의 본질이라고 확신한다. 

노인아파트 한인 입주 돕는 등 
복지교회는 동포사회의 큰 귀


복지교회는 이보교 산하에 있는 조직이다. 실험적으로 5개 교회(어린양교회, 친구교회, 한울림교회, 후러싱제일교회, 뉴욕우리교회)가 한 팀을 이루어 시작했다. 2017년 12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각 교회에서 파견한 3명의 대표들이 모여 복지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해밀턴 하우스의 복지전문가들께서 섬겨 주셨다. 각 교회에서 교육받은 평신도 지도자들을 복지 디렉터라 부르면서 매주 교회 안팎으로 상담을 해 준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김묘순 할머니가 복지교회의 혜택으로 18년 기다려온 노인아파트를 입주했다. 복지 디렉터는 복지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의 사랑으로 교회만이 할 수 있는 복지교회의 진수를 보여줬다. 분주한 자기 스케줄을 밀쳐두고 할머니 손을 잡고 이곳 저곳 관련 기관들을 방문해서 기적처럼 일궈낸 쾌거였다. 9년 동안이나 추운 겨울에도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방에서 보냈다는 할머니가 노인아파트에 입주한 날 함께 했었다.

아파트 관리인에게 열쇠를 넘겨 받는 순간 보금자리가 없는 설움을 경험한 나는 울컥했다. 앞으로도 복지교회는 동포들의 닫힌 문을 열어주는 길에 앞장서려고 한다. 복지교회가 상담하고 있는 것들은 영어서류 읽어주기부터 SSI(생활보조금), SSA(은퇴연금), 푸드스탬프, 은퇴연금,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노인아파트 등이다. 복지교회는 이민자들에게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든 만나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내담자의 어려움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신분·재정.환경의 제한이나 자격 없이 어려움을 말하면 하나님의 긍휼의 귀로 들어주는 곳이기를 희망하는 곳이 복지교회이다. 복지교회는 동포사회에 세워진 큰 귀가 되면 좋겠다. 마을 어귀의 평상에서 동네 어려움들을 들어줬던 어른들의 귀처럼 복지교회가 동포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기도하는 세밀한 탄식을 들어주는 귀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안타까운 탄식에 귀를 여는 교회가 되길 기대한다. 

길이 끝난 사람에게 길이 되어주는 복지교회, 떨리는 손을 잡고 함께 사랑의 기도를 해 주는 복지교회가 동포사회의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다. 동포사회의 대안과 희망이 되는 이 일에 교회들이 함께 참여하기를 부탁한다. 현재 5개의 복지교회가 한 팀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팀이 6개만 있다면, 즉 복지교회 30개 교회가 뉴욕에 있다면 교회가 동포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을 책임지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삼일절 백 주년의 해
신채호 분필·윤봉길 도시락


올해는 삼일절 백 주년의 해이다. 일제 치하에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도 있었고, 신채호의 애국계몽을 깨우는 분필도 모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은 반이민 행정명령이 시행된 이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범죄가 공공연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류미비자들의 두려움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으며, 동포사회의 미래도 점점 암울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때 이보교는 때론 신채호의 분필이 되고, 필요에 따라 윤봉길의 도시락이 되려고 한다. 삼일절 백 주년이 되는 해에 동포사회 속에서 소금이 되려고 한다. 

조선시대의 환곡, 혜민서, 활인서 같은 구휼제도는 모두 나라가 어려운 위기에 직면할 때 생겨난 복지제도였다. 사회는 점점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주지만 그만큼 우리는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희망을 잃지 말자. 탈무드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리는 자에게도 그 향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보교의 복지교회가 동포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향수가 되려고 기도할 것이다.

뉴욕우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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