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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말 누나에게 (뉴스M) 2023-6-2
다말 누나에게

ㅣ조원태의 러브레터 5

조원태의 러브레터, 성서의 인물들에게 쓰는 러브레터 시리즈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분들께 편지를 쓰면서 신앙과 신학적 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편지가 주는 자유로움이 얄팍한 인식의 껍데기를 벗기고, 그분들이 받았던 생살처럼 보드라운 메시지의 따뜻한 위력을 만나 보길 기대합니다. 성령님께 기도하고 성서를 읽으며 만나게 될 소중한 거인들을 함께 만나는 장에 초대합니다. 

누나 호칭은 처음이네요. 성서의 많은 스토리 중에 다말 누나의 삶은 수수께끼처럼 당혹하게 해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형수로서, 심지어 타인종으로서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누나의 처신이 세속적으로 보였다가 신비했다가 아리송 누나였는데 이렇게 처음 편지를 쓰네요.

누나는 가나안 여인의 신분으로 어떻게 이스라엘 정통가문 중 하나인 유다의 며느리가 되셨나요? 구구한 사연이 있으시겠지만, 부담스럽지 않으셨을런지, 이질감은 어떻게 헤쳐가셨는지 자못 궁금했어요. 누나의 기구한 스토리는 유다의 장남 엘에게 시집올 때부터 꼬였잖아요. 남편의 요절이 ‘레비리트 법’(Levirate law, 신 25:5~10)이라는 소용돌이에 누나를 몰아넣었지요. 그 법은 남자가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죽으면 남편의 동생이 형수와 잠자리를 해 대를 잇게 하는 공동체 유지의 기능을 했다지요. 그래서 누나는 시동생 오난과 재혼을 했고요.

시동생은 자식을 난들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에 형수인 누나와 동침할 때 땅에 설정(泄精; onanism)했지요. 그 순간, 한 여자로 모멸감은 없었을런지요? 하나님은 이를 악하게 보셔서 오난도 급사했지요. 이 유래로 ‘오나니즘(onanism)은 현대 의학용어로 피임 뜻으로 쓰여요. 두 아들을 잃은 시아버지 유다는 막내 셀라마저 잃을까봐 누나를 친정에 보내 버렸지요. 그때 누나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해요. 남편 잡아먹는 악귀가 붙은 재수없는 여자로 쫓겨난 셈인데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누나가 친정 가는 길에 저도 헤아려 서 보았어요.

남자들이 악해 하나님이 죽게 했는데(창 38:7; 10)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자인 누나 몫이네요. 살이 낀 여자라는 조롱만 안은 채 누나는 어떤 생각하셨어요? 독자(讀者)인 제게 이 과정은 한 가문이 끝날 위기이자, 자손 번성을 약속한 언약도 좌초될 아찔한 순간으로 읽혀요. 레비리트 법에서 죽은 형을 대신에 자손 번성/언약을 이을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히브리어로 ‘꼬엘(go’el’)이라 불렀더라고요. ‘꼬엘’의 뜻은 속량자(贖良者)이지요. 성서에서 하나님도 ‘꼬엘’로 부르셨지요(욥 19:25). 그래서 공동체 잇고, 약속 지키는 ‘꼬엘’은 높게 알아줬더라고요.

반대로 레비리트 법을 무시한 오난 같은 꼬엘에게는 수모를 줬더라고요(신 25:9~10). 신발을 벗기고 얼굴에 침을 뱉으며 ‘신 벗기운 자의 집’이라는 불명예 팻말을 신의 없는 ‘꼬엘’에게 달아주었더라고요. 이렇게 허무는 남자들 틈에서 다말 누나는 아슬아슬하게 서 계셨지요.

저라면 그런 순간에 어떻게 처신할지 생각했어요. 누나는 친정에서 보낸 막다른 길목에서 놀라운 발상을 하셨지요. 시어머니가 별세했을 때, 시아버지 유다는 장례식을 끝내고 하필 누나 친정 근처 딤나로 여행을 갔었지요. 그때 누나가 보여준 기민한 행동은 가슴 조리게 했어요. 누나는 과부 옷을 벗고 창녀로 변장한 채, 시부(媤父) 유다가 지날 길목에서 기다렸잖아요. 시부는 누나가 자부(姉夫)인 줄 꿈에도 몰랐고, 그만 며느리인 누나와 하룻밤을 지내며 몸을 섞었지요. 누나는 동침의 댓가로 도장, 끈, 지팡이를 받았고요. 그때 누나는 임신을 했지요.

석 달이 흘러 시부가 누나의 임신 뉴스를 듣게 되었고, 변장했던 누나가 그 창녀였는지 전혀 모른 시부는 누나를 화형에 처하라 했지요. 파렴치한 시부, 비겁한 시동생, 야속한 남편이 모두 미웠을텐데, 그 찰나에 누나는 도장, 끈, 지팡이를 극적으로 시부에게 보였지요.

이 약조물의 주인이 내 뱃속 아이의 주인이라 말하면서요. 우와~!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요? 시부 유다는 일말의 양심으로 누나를 구해줘 쌍둥이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고, 그 중에 베레스는 예수 족보를 채웠어요(마 1:3). 스캔들로 그칠 누나의 행동을 성경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히브리어에 창녀가 두 종류지요. ‘쪼나’(harlot)는 욕망이나 생계 위해 몸 파는 창녀이고, ‘커데샤’(temple-votary)는 너울을 쓰고 몸 가려 신전에 바쳐진 거룩한 창녀였네요. 그런데 시부는 누나를 ‘쪼나’로 불렀고(창 38:15; 24), 딤나 주민은 누나를 ‘커데샤’로 불렀어요(창 38:21; 22).

누나를 향한 성서의 판단은 기울어져가는 가문과 민족을 세웠고, 하나님 약속이 중단될 위기에서 길이 되었다는 것 아니겠어요! 시부 유다의 잘못은 며느리와 육체적 결합을 금한 율법(레 18:15)을 어겨서라기보다, 공동체 파국은 방치한 채 개인의 이익만 추구한 것이겠고요!
남자들이 참 째째했네요 ㅎㅎ 반면 여자로 감당하기 힘든 수치를 무릎쓰고 희생한 누나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어준 것이고요. 제가 진행한 토크쇼에 [지선아 사랑해] 저자 이지선 자매를 게스트로 초대한 적이 있어요. 교통사고로 화상을 입어 50차례 수술을 했대요.

자매가 12년 전, 뉴욕마라톤에서 7시 12분 기록으로 완주했어요. 사실 그 몸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인데 힘이 하나도 남지 않던 36km 지점, 뉴욕 센트럴 팍 최북단에 한 한국여성이 [이지선 파이팅]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외쳤데요. 안 올지 모르는데 몇 시간 기다린 거죠.

자매는 피켓여성을 보고 알 수 없는 힘이 나서 완주했어요. 이후 피켓여성은 찾을 수 없었어요. 다말 누나도, 지선 자매도, 우리 모두도 인생 마라톤에서 36km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조국의 77년 분단으로 길이 끝난 곳에서 누나처럼 길이 되어 주는 팻말로 저는 살고 싶어요.

교회들의 위기에서 그 교회들을 일으키는 초심으로 누나가 저를 살려주셨네요. 다말 누나가~ 서류 미비자들의 막막한 절벽에서 오작교가 되어 주고 싶은 열정도 누나에게 배우고 싶고요. 고아, 과부, 나그네의 처진 어깨에 토닥토닥 손을 얹어 주는 목양의 기쁨도 누나가 주셨고요.

언젠가 제 사무실에 있던 예수족보 표 앞에 섰어요. 네 번째 지파를 뜻하는 4라고 적힌 유다지파 옆에 ‘이스라엘 최대지파’라 적혀 있었고 최대지파인 유다지파는 노랑색으로 예수님까지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유다지파 밑에 바로 ‘다말’이라는 이름이 빨간색으로 적혀 있었고요.

그날 혼자 펄쩍펄쩍 뛰었어요. 유다의 막내인 셀라가 아니라, 시부와 누나 사이에 낳은 쌍둥이 베레스를 통해 예수를 향한 물줄기가 이어진 사실에 쾌재를 불렀지요. 셀라가문은 4대째 멈췄지만 누나의 자녀들에게 열왕이 나왔고 결국 예수님까지 이어진 길이 되잖아요. 우와~!!!

저도 인생 마라톤을 뛰다 기운 다 소진하고 36km 지점에 섰던 적이 있어요. 몇 개월 전, 대장에 뭐가 좀 생겨 이쁘게 성형수술도 했거든요. 그때마다 제게 36km 지점의 십자가 예수가 파이팅 원태 외쳐 주세요. 다말 누나도 이 고단한 역사를 위해 계속 파이팅 응원해 주세요.

그럼 천국에서 만날 때까지 이만 총총~
 
하나님의 가족인 아우 조원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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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WS M(http://www.new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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