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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밀면 문이 되고, 눕히면 다리가 되고 (2) (NEWS M) 2024-2-13
벽을 밀면 문이 되고, 눕히면 다리가 되고 (2)
엘 파소 국경체험(Border Encounter)을 다녀와서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이하, 이보교)는 1월 29일(월)부터 31일(수)까지 미-멕시코 국경지역인 텍사스 주의 엘 파소와 멕시코의 후아레즈 시에서 국경체험(Border Encounter) 프로그램에 16명의 성직자, 활동가, 사회복지사,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이보교는 추방 위기에 놓인 서류 미비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꿈으로 2017년 시작되었다. 뉴욕, 뉴저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미 전역에 150여 가입교회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보교는 작년 제1회 민권운동 역사순례에 이어서 올해 제2회 엘 파소 국경체험을 다녀왔다. 이 현장들이 갖는 의미는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인 난민들의 애달픈 삶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 10:19) 이 말씀에 순종할 수 있는 현장이 이보교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소망으로 찾았다.   
정글을 지나고, 바다를 건너며, 사막과 강을 가로질러 수 천 킬로미터를 걸어온 난민들이 마주하는 국경 장벽은 난민들에게 거절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뜨겁게 맞이하는 환대의 장이었다. 손쉽게 사랑을 포기하는 우리 삶 속에 엘 파소 국경은 우뢰 같은 외침을 들려주었다. "벽을 밀면 문이 되며, 눕히면 다리가 된다" 앞으로 3번에 걸쳐 우리의 희망체험을 연재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마알간 아침 햇살이 이마에 닿았다. 눈을 떴다. 서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했다. 마음이 향하는 곳이 같으니 자주 만나지 않았어도 우리 이보교는 모두 친근하다. ABARA측에서 준비해놓은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넬슨 목사님의 인도로 예수께서 주신 두 가지 계명과 누가 강도당한 자의 이웃인지에 대해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큰 계명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이고, 그 두번째 계명 앞에 “그와 같으니,”라고 굳이 말씀하신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께서 당시 유대인이 생각하는 이웃과 구원의 범위 밖에 있던 사마리아 사람을 인용하신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예수께 질문한 그 율법학자는 사마리아인을 자신의 이웃으로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 이웃이 누구냐는 예수의 물음에 ‘사마리아인’이라는 단어를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어서 그냥 ‘자비를 베푼 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오늘 나는 누구를 만나러 가는가? 나의 이웃은 어디까지 인가? 그들이 내 이웃인가, 내가 그들의 이웃인가?

9시부터 한 시간 가량 Shelter Connector 이자 Border Encounter의 담당자인 Clara님의 인도로 우리가 망명신청자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고, 듣고,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먼저, John Perkins의 경구 “We don’t give people dignity, we affirm it.”에 대해 숙고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있기나 한 것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들을 만나려하는가? 모든 사람과 땅에는 그들 고유의 이야기와 역사가 있기에, 다른 땅에서 온 낯선 이들을 분석하고 비교하기 전에, 먼저 있는 그대로 그들의 삶을 겸허히 존중하고, 눈을 맞추며 조용히 듣고, 말하지 않는 것을 들으며, 침묵을 읽고,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눌 때 그 이야기가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함부로 사진찍지 말것을 다짐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가엾은 이들의 고통을 노출하면서 인종주의적 편견을 부추기고, 그들의 존엄을 폄훼하고, 폭력과 불평등과 같은 문제들이 서구의 바깥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이른바 빈곤 포르노 (Poverty porn)에 일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오히려, 그 이면의 더 큰 그림과 이야기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경으로 향하는 길에 늘어선 철책 장벽에 겨울 햇살이 내려 앉았다. 새들도 그 장벽에 앉아 쉬어간다. 오전 10시반경 단숨에 국경을 넘었다. 소위 제1세계에서 제3세계로 가는데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으로 건너오는 반대편 차선의 긴 행렬이 대조적이었다. 잠시 후 Juarez office 방문하여 점심을 먹는데, 그 사이에 아시안컵 축구 경기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이겼단다. 중계를 우리들에게 생중계하며 무척이나 기뻐하시던 목사님들의 얼굴이 해맑았다. 점심 후 Migrant Services 담당자인Rosa님이 HUELLAS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종교기관과 관련된13개 쉘터 등에 있는 약 1만5천명 가량의 망명신청자들의 직업 훈련을 돕고, 수제품을 만들어 팔고, 정착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돕고, 상한 마음을 치유한다고 했다. 그리고,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Remain in Mexico”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이곳 쉘터와 망명신청자들의 상황이 미국 국내 정치나 정책으로 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새삼 올 가을 대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30분경 쉘터를 방문했다. 인사를 나눈 후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과 축구를 했다. 한국이 사우디를 이겼다고 한국이 중남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보교 팀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젊은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멕시코 원정경기에서 이보교 팀은 두 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래도 모두 즐거워했다. 다시 쉘터로 돌아와서 나초를 나눠먹으며 노래를 했다. 비록 스패니쉬로 된 가사를 알 수도 따라부를 수도 없었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우었다. 우리 이보교에서도 이 목사님이 드럼을 치고, 김 목사님이 기타로 반주를 하며 스패니쉬로 찬양곡을 수려하게 부르셨다. 나중에 물으니”Renuévame (Renew Me)”라는 곡이라고 한다. 손 목사님도 “Amazing Grace”를 부르셨다. 강제로 추방당해 멀고 긴 “눈물의 길”을 가며 체로키인들이 불렀던 그 노래다. 최 변호사님도 그들의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는데 그 기타에 줄이 하나 없는 것을 알고 가까이 있는 악기점에 가서 기타 하나를 흔쾌히 사주셨다. 그 기타를 받고 몹시 기뻐하던 청년의 모습이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쉘터 외벽에 잠언 22장 9절이 스패니쉬로 적혀있었는데, 찾아보니 “선한 눈을 가진 자는 복을 받으리니 이는 양식을 가난한 자에게 줌이니라.”란 말씀이다. 최 변호사님이 선한 눈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해가 낮아지고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제1 세계로 들어가는 입국심사를 받고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넜다. 작년 이 맘때는 셀마에 있는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건넜는데…. 그 때처럼 오늘도 천천히 걸었다. 경계는, 장벽은 리오그란데 강에 있지 않고, 우리들 마음에 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음에도 그어져 있는 적잖은 경계들, 오래된 장벽들에 대해 생각했다. 국경에 걸려있는 다리를 건너니 카톨릭 성당이 우뚝 서 있다. 넬슨 목사님은 이 성당을 비롯해서 주변에 쉘터들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 중 쉘터 한쪽 벽에 그려저 있는 벽화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장벽을 앞에 두고 아이들이 말뚝박이를 하는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골목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말뚝박이를 여기서도 하는구나. 그런데, 그 벽화에 문구가 적혀있었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도 새겨져 있다는 엠마 라자러스의 시 한 구절이 다. “Your huddled masses yearning to breathe to free…” 그 그림과 시 구절을 한참 바라보며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한 구절을 떠올렸다.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침에 이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이른바 난민 문제는 유럽과 미국이 지난 수백년 동안 제3세계에 저지른 일들에 대해 지금 그 대가를 돌려받는 것이라고. 역사적 업보에 대해 곱씹었다. 멀리 석양이 메마른 산등성이에 비끼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가슴졸이며 이 밤에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널 것이다.

ABARA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정이 있어서 국경을 넘지 못한 동료 두 분은 그 사이에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쉘터에 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쉘터를 떠나는 망명신청자들에게 줄 물품들을 봉투에 담고, 청소를 하는 등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쉘터를 떠나오면서 그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이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들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하셨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난 후 마지막 밤이 아쉬운 우리들은 편하게 뒤풀이를 했다. 올 가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현재 심리적인 내전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 작금의 미국의 위기는 트럼프 한 사람의 당선으로 시작되지도 않았고 그의 낙선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경고가 새삼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이렇게 엘파소의 밤이 깊어가고, 우리들의 시름도 깊었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숙소로 올라가며 바라본 밤 하늘의 별빛이 이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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